제 10 호 / 총각김치
글 / 오영인
총각김치
그 어떤 화려하고 맛깔스런 반찬이 있어도 뒤지지 않는 맛이 있다.
생선튀김이 있어도 잡채가 있어도 갖은 나물반찬이 있어도
영원한 경쟁자 김치가 있어도
또 다른 매력으로 밥상에 빠지지 않는 맛!
반찬이 없을 때는
물에 밥을 말아 총각김치와 먹는 그 편안함이란,
그 어떤 반찬이 가지지 못한 위력을
혼자서만이 내는 맛의 능력이 있다.
많은 반찬이 있어도
맛깔스런 반찬이 있어도
느끼함 맛을 종결지어주고
씁쓸한 맛을 종결지어주는
총각김치!
식탁의 대할 때 제일 먼저 손이 가고
제일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짓게 하는 그의 맛은
시원함, 아삭함, 매콤함, 알싸한 맛의 향연이다.
예로부터 총각김치는 총각이 담근 김치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총각김치의 ‘총각’은 옛날, 결혼하기 전 남자들이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눠
양쪽에 뿔 모양으로 묶은 머리 모양을 가리켜
상투를 틀지 못하는 남자들이 하던 풍습에서 연유된 게 총각김치다.
한국 사람이라면 총각김치를 좋아한다.
특히 잘 익은 총각김치의 맛은 젓가락이 절로 가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처음 담근 총각김치는 보기에는 맛깔스럽고 윤이 나 보이지만,
맛이 덜 베어져 무는 뻣뻣하고 맛이 덜 들어 그 깊은 맛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틀정도 자연방치 해 두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 된다.
그렇듯 처음 담은 총각김치는 교만하기 그지없다.
모양은 총각김치이지만, 진정한 총각김치가 아니다.
시간에 따라, 온도에 따라 그는 변한다.
진정한 총각김치의 맛으로...
그러나 너무 오래된 총각김치는 무르고 냄새도 지독해
찌개에 넣어 먹어도 그 맛을 잃어 먹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 총각김치처럼 다 하나님의 자녀다.
그러나 다 하나님의 자녀처럼 맛을 내지는 못한다.
총각김치처럼 시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온도에 따라
고난도 인내도 기다림도 있어야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하나님의 자녀다운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익어서 그 맛을 잃어 아예 쓸모없이 버려진 총각김치마냥
교회에 실망하고 사람들에 실망하고 상처받고,
세상에 휩쓸려 하나님의 자녀다운 맛을 내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나는 하나님 앞에 어떠한 총각김치의 모습인가?
진정 하나님의 자녀다운 맛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매일 나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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