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호 / 어메이징 그레이스
사진 / 박만호
글 / 오영인
- 내가 만난 하나님 (3) 어메이징 그레이스 원하지도 않았던 빚! 1억 5천이라는 빚은 나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였습니다. 이러한 그림자는 현실에서 너무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오영인’이라는 이름 앞으로 은행과 채권사로부터 매일 날아오는 압류통보딱지와 은행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어느새 마음의 무거움이 나를 짓눌렀습니다. 나의 나이 30대 초반, 이 빚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신학교 졸업 후 장애인선교단체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섬기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먼 길이었습니다. 막막함이 밀려옵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조금씩 빌려 가신 이모부 사업자금의 이자가 부모님께서 평생 쌓아 오신 집이며, 재산이며 다 삼켜 버리고 이제 나에게까지 이 모든 것이 덮치고야 말았습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팔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고, 아버지는 교회의 작은 골방에서 지내셔야만 했습니다. 정말 암흑기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상황을 통해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나에게도 끊임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용서!” 그러나 그 말은 도무지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집은 3, 4대째 내려오는 기독교집안이었고, 십일조도 누구보다 더 철저히 하는 가정이었습니다. 주일성수를 지키는 것은 생명보다 더 귀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 어떤 이유도 주일날 예배를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일날 상거래를 하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이 되면, 부모님은 모든 것을 주일을 위해 준비하셨고, 학교의 숙제며, 공부며, 토요일에 모두 다 하게 하셨습니다. 우리 집의 삶은 오직 주일을 위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새 옷이 생기는 날이면, 그 옷을 바로 입히지 않고 주일날 그 옷을 먼저 입혀 예배에 참석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철저한 삶을 살아오셨던 부모님인데 이모부의 무책임 앞에 용서는 도무지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 앞에 구약의 희년법이 남에게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희년법! 이스라엘 백성은 7년마다 '안식년'을 지냈으며 안식년이 일곱 번째 돌아오는 해 50년째를 '희년'이라고 해서 큰 축제를 지냈습니다. 이때를 '해방의 해'라고 규정하였고, 그 때는 땅도 쉬게 할 뿐만 아니라 땅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이주민들에게도 돌려주고 나눠주는 배려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희년을 통해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되살리게 하였고, 빚으로 눌린 사람들에게 부채와 이자를 면제 해 주었습니다. 나는 그 희년으로 빚을 탕감 받아 자유의 몸이 된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희년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면 그 희년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빚보다 더 큰 죄에 대한 희년을 주님을 통해 탕감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의 빚이 더 큰 무게감으로 나에게 다가 왔습니다. 이러한 나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1억 5천의 빚을 알고도 나와 결혼을 선택한 나의 남편! 남편과의 결혼은 어떻게 이루어져 갔는지 모릅니다. 남편의 아내 선택은 보통 남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배우자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빚이 있는 아내와 함께 결혼을 선택해 아내로 맞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을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꼭 나에게 요셉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처녀의 몸으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했지만, 현실은 믿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마리아와 정혼한 요셉은 조용히 마리아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 주의 천사가 나타나 마리아의 잉태에 대해 해석해 주었고, 그리고 요셉은 그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나의 남편은 나에게 그러한 사람이었습니다. “빚은 현상일 뿐, 이 빚은 하나님 안에서 당신과 나 사이를 더 하나 되게 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우리부부의 첫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요즘은 빚 때문에 이혼하고 빚 때문에 자식을 죽이고 부부가 함께 동반 자살을 하고 빚 때문에 아내가 가출하고 자식은 길거리로 방황하고 빚 때문에 남편은 노숙자가 되고 알콜 중독자가 되고 빚 때문에 형제들과 부모님께 큰 상처를 줍니다. 빚 때문에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갈라지고 빚 때문에 하나님을 더 간절히 찾고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빚 때문에 하나님을 욕하고 하나님을 버립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은 몇 달 후 남편의 사업실패로 3 천만 원 이라는 빚을 더 떠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남편 역시 나와 같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압류통보딱지와 매일 걸려오는 은행 전화에 마음이 조려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개인회생을 신청해서 어렵게 5년 만에 빚을 면책 받았습니다. 그 후 10개월, 결국 나도 결혼 만 7년 만에 파산선고와 함께 면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빚의 탕감은 선교지에 집도 헌신하고 직장도 헌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이것이 기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당신이 하셨다는 것을 사건을 맡은 판사의 이름을 통해서도 알리셨습니다. 바로 파산사건을 맡아 진행시켰던 판사이름이‘이은혜'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 기간 동안, 하나님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용서를 배웠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우리는 하나님으로 인해 부유합니다. 날마다, 날마다 하나님의 채우심을 경험합니다. 없기 때문에 그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며 오늘도 아버지께 구합니다. 구할 때 마다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감격이 느껴집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아버지의 은혜가 날마다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이제 하나님의 이 은혜를 가지고 우리 부부는 주님의 희년을 선포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를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선포할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구조는 돈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과 돈에 얽혀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 때문에 나의 생존이 위협을 받습니다. 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구조 때문에 가정이 깨어집니다. 사회적 위치와 관계가 깨어집니다. 이러한 세대에 저희는 이 글을 통해 힘들게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에 소망이 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