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논산훈련소라하면, 군 입대의 첫출발을 알리는 곳이다.
자대배치를 받기 전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군인이 되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를 한다.
그곳에서는 나의 감정도 없어야 한다.
나의 생각도 없어야 한다.
군인정신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다른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군인으로서 가야 할 곳만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논산훈련소 그 자리에 하나님은 우리 가족도 입소를 시켰다.
작년 2월(2010년) 인도네시아에서 나와
선교관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다
들어간 논산훈련소는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의 한 농가주택이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곳에, 우리 다섯 가족은 정말로 혹독한 혹한기 훈련을 치뤘다.
임신부터 출산 후 영양이 부족하여 다리가 휘어진 2살박이 막내 이지로부터,
추운날씨에 피부가 약해 피부트러블로 벌겋게 살이 돋아나는 4살 루아,
그리고 유치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벌써 몇 번의 이사 경험에도 너무나 씩씩하게 어딜 가든 적응을 잘해주는 7살 해나,
그리고 가난하지만, 하나님의 꿈을 먹고사는 우리 부부...
이렇게 논산훈련소에서 우리 가족은 어둠보다 더 칠 흙 같은 어둠의 시간을 경험하였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소유한 재산은 이미 선교지에서 뿌렸고,
그나마 우리에게 남은 재산이라고 해야 시어머니께서 주신 농가주택의 보증금 3백만원이 전부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막막함이 그냥 밀려왔다.
정말, 하나님을 향해 쏟았던 나의 전부의 결과가 이런 것인가?
예수에 미쳤다고, 직장도 버리고 1억짜리 집도 버리고 친구도 버렸다.
냉냉하다 못해 얼음같은 형제들은 등을 돌리고, 연락조차 끊어 버렸다.
그 누구의 도움도 차단된 곳, 논산!
그곳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었다.
무엇을 입을까? 그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사치였고,
매일 매일 무엇을 먹을까? 고민에 빠지게 했던 곳,
그래서 다시 직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의 수제자로 3년을 예수님을 따라다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 패배자의 모습으로 다시 그물을 잡아야 했던,
그 심정으로, 그렇게 베드로가 밤이 맟도록 그물을 던져도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던 그 시간처럼,
우리의 그물에도 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았다.
고작 먹을 수 있는 것은 텃밭에 씨를 뿌려 먹을 수 있었던 채소들,
무엇인가 더 있어야 안정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족에게는 사치였다.
그 날 주신 양식은 그 날에 족하였다.
남은 것을 헤아리고 계산하면, 불안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오늘 내게 주신 양식을 생각하면 감사가 밀려온다.
이것의 반복과 연습이 이제는 작게 남아 있어도
아니, 남아있는 것이 없어도 불안함이 내게서 등을 돌렸다.
이렇게 감사함을 깨달은 시간은 훈련소에 입소한지 6개월이 걸렸다.
비록 무화가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하박국3장 17~18절>
이 말씀은 언제나 만났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만났던 말씀이었고, 경험도 하였다.
신학교시절에도 경험하였고, 장애인 사역하면서도 경험하였다.
그런데, 선교를 헌신하고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경험한 지금은 사뭇 달랐다.
그 깊이와 넓이가 입체적이었다.
이 말씀을 만나고 경험하고 나니,
우리가 지금 다시 그물을 잡는 것이 맞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지금 당장 인도네시아로 가야만 하는 것이 깨달아졌다.
그렇다! 주님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주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올 2월(2011년)에 만났던 겨울철새, 3월에 그 철새가 작은 농가주택위로 날아간다.
눈을 뜨면, 논이 내 시야를 가린다.
논도 춥고 날아가는 철새도 춥고 자그마한 농가집도 춥고
내 남편과 내 아이들도 춥다.
내 마음도 추웠던 곳...
그런데 나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더욱 추웠다.
논산을 떠나오는 날, 다시 겨울 철새가 찾아왔다.
나는 텃밭에 잘 기른 무와 배추를 캐내었다.
제일 좋은 것을 골라 김00목사님께 드렸다.
쌀이 떨어지니, 목회자 사모인 사촌동생의 손을 통해 쌀을 보내주시고,
과일은 구경조차 못했는데, 김00목사님 손을 통해 과일도 보내주시고,
통장에 0원이 찍히면 세금을 돌려받아 풍성히 장도 볼 수 있었던 곳,
우리에게 선교의 소명을 다시 일깨워 흔들림이 없이 세워주신 곳,
그곳이 바로 논산이다.
논산,
정말 깊이 있게 절망을 경험했던 만큼
하나님의 큰 은혜와 소명을 다시 찾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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