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호 / 엄브렐라 오젴
글 / 오영인
비가 온다.
기다리던 비가 온다.
땀내 나는 손으로 우산 손잡이를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비를 기다렸다.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어두운 먹구름이 밀려오고 한 방울. 내 뺨을 스치며 비가 지나간다.
드디어 기다리던 비가 온다.
후두둑! 후두둑!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이곳, 저곳으로 걸어간다.
이때다!
우산을 펼쳐들고 나는 불이 나게 달렸다!
우산 없는 사람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어느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 들었다.
다행히 그는 나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 동안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땅만 보고 걸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그는 주머니를 주섬, 주섬하면서 동전 몇 푼을 꺼내어 주었다.
500루피!(40원정도) 우와! 기분이 좋았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손님에게 찾아가 우산을 씌웠다.
비는 두 시간동안 내렸을까? 내 옷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고,
내 발목까지 물이 차여 굵고 강한 흙탕물이 빠르게 흘렀다.
한쪽 구석진 곳에서 오늘 번 돈을 세어 보았다.
300원이다! 오늘은 밥 한 끼라도 사 먹을 수 있겠다.
허기진 배를 달래며, 200원짜리 밥을 받아들고는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오늘 먹은 밥은 이것이 전부이다.
상점에서 내다 놓은 박스하나를 겨우 훔쳐서 나는 그늘진 육교다리 밑에 박스를 깔고 누웠다.
발가락이 아려온다.
좀 전에 손님들께 우산을 씌워 주기위해 뛰면서
돌부리에 부딪친 발가락이 쓰라리고 아팠다.
이제야 발가락에 상처가 난 것을 알았다.
퉁퉁 부은 발에서 화끈 화끈 열이 났다.
운동화는 상상도 못할 일, 슬리퍼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고아원에 가면, 더 나은 밥이라도 먹을 수 있고, 방에서라도 잘 수 있다지만,
천만에~ 그래도 고아원보다는 이곳이 낫다.
나는 고아원에서 도망 나온 지, 한 달 반이 되어가고 있다.
그곳의 악몽을 생각하면, 밥을 굶어도 이곳이 좋다.
매일 코란을 외워야 했고, 다섯 번의 엄격한 기도시간은 필수!
그리고 구타를 일삼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고,
그곳에서 나는 고아이기 전에 그들의 손에 버려진 짐승이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구에 의해 내가 세상에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냥, 하루, 하루 엄브렐라 오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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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도시 이 곳, 저 곳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는 일을 합니다.
이 아이들의 연령대는 아주 어린아이부터
많게는 열네 살, 열다섯 살 가량 보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난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벅찬데, 이 아이들은 가난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브렐라 오젝을 하는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비를 흠뻑 맞고 거리를 다니며, 우산 없는 사람에게 찾아가 우산을 받쳐주는 아이!
그 아이에게도 누군가의 우산이 필요한데,
오늘은 엄브렐라 오젝을 하는 아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예수님이라는 우산으로 그를 안아 주고 싶습니다.